나는 어쩔 수 없는 '바람둥이'
나는 바람둥이이다.
나는 늘상 사랑에 빠져 있다.
나는 검정고무신을 사랑한다.
시커먼 모습으로 신발장에 다소곳이 놓여 있는
검정 고무신,
시시때때로 꺼내신고 길거리를 활보한다.
군더더기 양말을 껴지 않고 맨살로 고무신과 사랑을 나누면
여지 없이 그녀는 내게 촉촉하게 애무를 해 준다.
나는 내 어머니의 무뎌 버린 손을 사랑한다.
낡은 손으로 주물럭 주물럭 나물을 무쳐내고
듬성듬성 찌개류를 끓여 내면
나는 그녀의 손맛과 뜨거운 사랑을 한다.
'엄니가 해 주신 반찬은 어느 누가 해 준 반찬 보다 맛있어요.'
홍조 띤 모습이야 찾아 볼 수 없지만,
난 그래도 그녀의 손맛을 사랑한다.
그녀는 덤으로
시시때때로 핸드폰을 걸어서 나를 기쁘게 해 준다.
'솔이 아빠야..어디야?난 석촌호수에 운동 나왔다.'
'엄니 추울 땐 나오시지 말고 따뜻해지면 나오세요.'
아무래도 그녀와의 사랑은 끝간데 없을 거 같다.
나는 절름발이를 사랑한다.
그는 40년 넘게 절뚝거리며 살아 왔다.
아니다, 많은 세월동안은 네 발로 걷는 짐승이었다.
그나마 형편이 나아져서 몇 번의 수술을 거친 후엔
세 발로 걷는 짐승이 되었다.
새우등처럼 휘어버린 등에 비누칠을 하며
'아고고~우리 아가 등이 활이네 활!!!'
아무 소리 없이 빙긋이 웃어 주는 그,
내가 내뱉은 말이 무안해질 즈음 나는 재빨리 그의 사타구니에
불쑥 손을 집어 넣는다.
'이 죽여주는 무기를 내가 장착하면 고성능 신무기를 장착한 인간이 될텐데...'
그는 복도 많다
두 다리는 부실하나
다리 하나는 늘였다 줄였다 가능한 요술 지팡이
또 다른 다리는 양기가 거기로 죄다 몰렸는지
만져 보지 않는 사람은 모른다.
그는 늦은 나이에 하버드대에서 수학을 마치고
부실한 이를 빼고 박는 치과의사가 되었다.
그는 그 무기를 가지고 국내는 물론 해외까지
이빨을 빼고 박으러 다닌다.
물론 그가 그 짓을하고 수고료를 받았다는 이야기는
단 한 번도 듣지 못했다.
우린 서로 단 며칠만 보지 못해도 서로의 안위를 묻곤한다.
나는 모르는데 우릴 아는 사람들이 그런다
둘이 사겨????
나는 내 몸을 사랑한다.
뭐든 가리지 않고 잘 먹어주는 내꺼
작금에는 티비나 신문을 보면 건강, 웰빙에 관한 정보로 늘상 넘쳐 나고 있다.
뻔한 이야기 이지만 흡연은 어쩌고 저쩌고~~~
나는 여지 없이 신문을 넘겨 버리거나 체널을 돌려 버리곤 한다.
그러닌까 나는 약 10년 전에 생사를 넘나드는 중환자실에서 보름 이상을
의료장비에 의존한 체 부질없는 목숨을 연명 했던 적이 있었다.
죽기 아니면, 잘해야 장애........
나는 28일만에 멀쩡한 육신으로 병원 문을 걸어 나왔었다.
10년이 다 됐네...휴~~~~
나는 고통마져도 행복하다.
그 깊은 의미를 깨우치라고 조물주가 10년전에 나에게 가르침을 줬었나 보다.
그후론 체질이 바껴서인지 환절기 때만 되면 의례적으로 겪는 감기 한번 겪지 않았다.
내 몸은 가리는 게 없다...뭐든지 척척 맡겨만 주면 무탈하게 잘도 버텨준다.
나는 내 몸을 무척 사랑한다.
내 욕신은 숨이 붙어 있는 동안에만 내 것이고 숨이 귾어지면
이미 내께 아니다...가톨릭대 의과대학에서 통채로 가져 가 버릴테닌까..
나는 내 몸을 이 세상 어느 것 보다 사랑한다...
간혹 몽정을 해서 탈이지만...........
공기도 죽이고
들마루에 누워서
마파람에 소불알 놀듯
흐르는 구름을 보노라니
신선이 따로 없구랴
문득 함께 왔더라면....
하는 생각을 놓지 못하네
-중략-
어쩌면 앞으로 내가 더욱 사랑해야 할........
- by / 아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