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만리 2021. 6. 23. 10:46

사람들이 가끔 묻는다네.

희끗희끗한 귀밑머리와

이마에 파인 내 주름살을 보고는

나이가 몇이나 되느냐고.

 

그럴 때 난 이렇게 대답하지.

내 나이는 한 시간이라고.

여태까지 살아온 세월을 헤아리고

그 모든 걸 다 합친다 해도 말이야.

 

아니 뭐라고요?

사람들은 깜짝 놀라면서

이렇게 되묻는다네.

그런 셈법을 진짜로 믿으라고요?

 

그러면 나는 이야기하지.

이 세상에서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

어느 날 내 품에 안겨

은밀하게 입 맞춘 그 순간

 

지나온 날이 아무리 많아도

나는 그 짧은 시간만을

나이로 센다고.

그 황홀한 순간이 내 모든 삶이니까.

 

    _ 이븐 하즘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