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 7. 27. 12:40ㆍ┃ 문학세상 ┃→
... 작년 겨울...
... 첫눈이 소복이 쌓이던 날
... 첫눈 내리는 밤을 혼자 외롭게 놔둘 수 없다는
그녀의 전화............
그녀는 그렇게 첫눈 내리는 날 겨울밤을
멀고도 먼길을 돌고 돌아
눈발에 젖은 머릿결을 찰랑이며
내 앞에 나타 났었다..
.. 그녀와 나는 다소곳이 팔짱을 낀채로
어린아이들처럼 깔깔대기도하고,
눈싸움 놀이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있었다.
... 하이힐이 하수구 구멍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그 곳이 하얗게 불을 밝히고 있던 치킨점 앞이라는 걸 알았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우리는,
... 노릇노릇 튀겨낸 치킨과 부풀어 오르는 생맥주의 유혹을
무작위로 받아주기로 했다.
... 주섬주섬 꿰차는 막간에 테이블에 흩어져 있던 책, 책, 책......
... '아저씨 이거 무슨 책이래요?'
... '아~그거요...한 권씩 가져가셔서 읽으시라고 드리는 겁니다.'
... -제일 도톰한 놈으로 골랐다..
-양잿물 얘기를 구지 끄집어 내진 않겠다.
.. 시뻘건 표지로 치장한 채 그녀의 자리를 꿰차고 있던,
.. 윤흥길이라는 작가가 쓴 '낫'
.. 제목부터가 섬뜻하여 읽을려고 집어들면 곧 베일 것 같은 위세에 눌려
.. 감히 범접을 하지 못하다
.. 며칠 전에 용기를 내서 읽어내리기 시작했다..
[ 목차 ]
* 산서, 불쾌지수99
* 무덤과 함께 밤을
* 손님으로 오는 아침
* 낫의 얼굴을 한 아버지
* 가물어 메마른 땅의 단비
[출판사의 소개글]
평범한 가정의 가장인 엄귀수는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처음으로 아버지의 고향 산서면을 방문함으로써 겪는
일련의 사건들로 구성된 이 소설은 아직도 청산되지 않고 있는 6.25라는
역사적 비극을 일깨운다. 어머니가 친부라고 일러준 배낙철의 묘를
벌초하려던 엄귀수는 영문도 모른 채 산서 주민들에게 목숨을 위협당한다.
전란기 때 낫을 쥐고 다니면서 산서 주민들을 무참히 살상한 좌익 테러의 주도자가
바로 배낙철이고, 세월이 흘렀지만 주민들은 그 원한에서
헤어나지 못한 상태였던 것.
아버지의 역사적 실체를 대면하는 엄귀수를 통해 작가는 6.25의 비극을 청산,
분단 민족의 화해의 가능성에 대해 나름대로 탐구하고 있다
[ 아담이의 독후감(?) ]
해방에서 6.25 남북전쟁 당시
산서라는 산동네에 불어닥친 좌익과 우익의 대결구도
그리고 한바탕의 피바람. 정치적 구도에 희생된 이념들...
그 이후 80년대 자손들이 겪는 원한과 고통.
역사를 다시 되돌아보고 정면으로 다가서서
해결하고자 하는 산서의 정신적 지주-최교장.
결국, 산서지방의 오랜 가뭄끝에 내리던 단비처럼
그의 노력으로 사건은 일단락 되었고....
아버지의 좌익 과거를 인정하고 싶지 않았던 배귀수는
정치적 희생물로서 그때 당시 모두는
한자루 '낫'이 되어야 했음을 이해하게 됨으로써
비로소 한번도 본적없는 아버지-배낫질에 대한 연민을 느낀다.
풍년을 거둬 들이는 행복한 연장으로 사용되기를
소망했던 산마을 사람들의 낫이 정치적 구도에서
어쩔수 없이 살육의 낫으로 바뀔수 밖에 없었던 역사..
구수하면서도 깊이가 있는
전라도 사투리를 몇번씩 소리내어 읽기도 하며..
마지막 장을 덮는 순간까지 재미 있었던 책이었다.
책을 받을 그 당시엔
누구나 저런류의 책을 권해서 지겹고 읽기 싫더니만..
간만에 읽어주니 꽤 신선했다.
잘된 소설을 읽을 때 마다 매번 느끼는 거지만,
작가는 참말이지 천재성을 타고 나야 되는가 보다.
읽으면서도 나로서는 도저히 상상도 안되는
멋드러진 구절과 반전을 만날때면 히야, 정말 숨이 막혔다.
책꽂이엔 몇장 읽다가 지루해져서 그냥 꼽혀진 책이 좀 더 있다.
여러해 동안 나를 따라다닌 그 성의를 생각해서라도
틈틈이 시간을 할애해서 읽어 줄 생각이다.
그녀는
지금
내 옆에 없다.
'후식씨 보고 싶어 미칠 것 같아서 왔어.'
술기운에 가득찬 홍조띤 모습으로
새벽녘 창문을 두드리던
가녀린 그녀는
지금
내 옆에 없다.
그녀가 떠난 옆자리에
시뻘건 모습을 한 윤흥길 '낫'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을 뿐........
배경음악:모니카마틴/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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