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 시 꽃
2010. 6. 18. 17:21ㆍ┏ 사진세상 ┓→
이런 젠장 네 녀석은 꼭 유령처럼 등장한단 말야.
하긴 그리 놀랄 일도 아니다
어쩌다 보니 보름인데 넌 그저 지나가다 전화 한 번 한 거 겠지.
나는 여기 이렇게 쪼그리고 앉아서 수화기를 손으로 감싸 안고
1- 2광년 전에나 들었음직한, 폭포수 같이 내귀에 쏟아지는
네 낯익은 목소리를 듣고 있다.
그러니까 벌써 10년 전인가 보다. 난 네게 커플링을 선물했었지.
너두 나한테 뭔가 갖다 줬었고. 우린 둘 다 추억 거리를 교환한 게야.
추억은 녹슨 다이아몬드 같은 것 이거든.
넌 꼭 바람처럼 나타나곤 했어.
그 버릇은 이미 전설처럼 굳어져서 없애 버릴 수 없는 숙명같은 현상이었지.
그래, 넌 원래 뼛속까지 방랑자야. 그러다가 내 품안으로 흘러 왔었지.
망망대해에 잠시 표류하는 사람처럼 그렇게 잠시잠깐 내 품에 머물렀지.
그러고 보니 떨어지는 낙엽을 맞으면서 그렇게 서 있는 네 모습이 생각난다.
네 머리 위로 눈이 내리는데 워싱턴 광장의 값싼 호텔 창문 밖을 웃으며 내다보는 모습도 보인다.
근데, 이제와서 넌 그런 말이 나오니?
너는 그 시절이 그립지 않다고?
그럼 한 마디만 한번 더 해 보시지.
넌 원래 말을 잘했잖아.
그러면서도 뭐든지 모호하게 만들지.
♬ 조엔 바이즈 녹슨 다이아몬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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