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어머니, 내 형
2006. 8. 13. 16:28ㆍ카테고리 없음
[임승택 : 불가사리의 꿈]
[임후식 : 영화'괴물'촬영지 ]
[임승택 : 지상에 내려온 청둥오리떼]
[임후식:흔들리면서 구경한 한강]
♬안녕~내 사랑 그대여~♪ 그댈 내가 지켜 줄께요~♬~
처음 보는 번호네?
"여보소요~"
"솔이 아빠니?나다~나 누군 줄 알겠니?"
"엄니 아니서유."
"솔이아빠야 오늘이 뭔날인 줄 아니?"
"엄니 생신 이잖아요."
"어떻게 알고 있는데?"
"차마 어머니 생신을 모를까봐요?"
"나 지금 막내랑 의정부에 간다. 내일 꼭 들러라 같이 식사나하게."
"알았어요. 내일 봐서 가던지 할께요."
"핸드폰에 전화 번호 찍혔지? 그게 내 전화 번호다.막내가 생일 기념으로 사준거다"
오전에 막내 동생한테 전화가 왔다.
"형 오늘이 엄마 생신인데 퇴근하고나서 엄마 모시고 의정부에 갈껀데 형도 오세요."
나는 형한테 다른 내용의 전화를 했었다.
"형 올해 벌초는 어떻게 할까요?"
"요번에는 나는 빼고 동생들하고 의논해서 하도록해라."
"형수님은 차도가 좀 있으세요?"
"매번 똑같다. 더 나아지질 않는다."
[임승택 : 갈매기]
[임후식:반갑다 강아지풀]
내 어머니,
칠순을 넘기시고 여섯 해를 더 살아 오셨다.
잠실사는 큰 아들네 17층 아파트에서 감옥아닌 감옥생활을 하고 계신다.
날마다 석촌호수에 운동 다니시는 낙으로 살아가시는 내 어머니....
어머니를 뵈러 갈 때마다 시간을 못 맞춰 석촌호수에 운동가셨다는 경비 아저씨의
말을 듣고 한참을 밖에서 기다려야했었다.아파트 열쇠를 목에 주렁주렁 메다시고
내 어머니는 항상 반갑게 나를 맞아 주셨었다.
뭐라도 하나 더 먹여 보낼려고 한사코 냉장고 문을 여닫으시던 내 어머니...
"어머니 어디 편찮으신데는 없으세요?"
"나야 괜찮다. 너는 끼니는 잘 챙겨 먹고 다니냐? 혼자 살려면 끼니 굶지 말아야한
다."
얼마 전에는 어머니를 모시고 치과에 틀니를 보수하러 갔었다.
입구 상점에 엄니가 입으시기에 좋아 보이는 브라우스가 진열되어 있기에
'엄니 저 옷 엄니한테 어울리겠어요 사드릴께요."
끝내는 차에서 내리시면서 한사코 의자에 옷값을 들여 놓으시던 내 어머니...
그런 내 어머니가 오늘 생신이란다.......
내 형,
내가 가장 존경하는 오십 대에 마악 들어선 중년 사내.
두 번의 뇌수술을 경험하고 그것도 모자라 이태전에 세 번째 뇌수술을 겪고 나서는
자신의 의지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먹고, 입고, 싸는 것 마져 간병인에 의지해서
삶을 이어가는 부인을 둔 사내.
틈틈이 시간을 내 전국을 누비고 다니면서 열심히 활동을 하는 사진작가.
퇴근 길에는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병원에 들러 부인의 수발을 드는 공처가.
꼭꼭 토요일이면, 그런 부인을 집에 데리고 와서 드라이브를 즐기는 애처가.
지칠만도한데, 짜증날만도 한데 항상 만면에 젊잖은 모습을 보여주는 나의 형.
내 어머니가
오늘 생신이란다.
내 형이
부인의 차도가 없는 병환에 많이 힘드시단다.
"엄니 마음 놓고 아프세요. 엄니가 몸져 누우시면 똥오줌 제가 다 받아 드릴께요.
엄니는 우리 칠 형제 똥오줌을 다 받아 내셨잖아요."
"형! 형님을 통해 부부가 살아가는 법을 배웠답니다.
형 존경해!! 그리고 형! 힘내!"
* 2006 / 08 / 08 *
- by / Rade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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