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늪 *

2006. 9. 2. 12:33카테고리 없음












** 늪 **


내게 고인 어둠을 늪이라 부릅니다
건너려 할 때마다 빠져서 허우적 거립니다
아까운 시간만 흘려 버립니다
그러나
건너야만 합니다

늪 건너편엔 꽃피는 기름진 땅이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그러나 없을지도 모릅니다
늪을 헤쳐 나가는 방법을 나는 알지 못합니다
무릎을 싸안고 늪가에 쪼그려 앉아서
언제까지나 이러고 있을거냐고
흘겨보며 소리치는 내가 있습니다

마음속에 빛이 바닥나면
어둠이 몰려들어 늪이 된다는 걸
왜 나는 몰랐을까
꿈이 바래어 희미해지면
나는 존재하지만 잊혀진다는 걸
왜 나는 몰랐을까

옛적에 병들어
한쪽 몸이 굳어 왔을 때
천정에 박힌 형광등을 무심코 쳐다보며
세상은 참으로 밝다는 생각을
지금은 지금은
왜 잊어 버렸을까
다시 일어나 두 발로 땅을 내딛을 수 있을까
염려스러움이
이십 팔일 만에 씻은듯이 사그라 들었던 기억을
지금엔 기억의 뒤켠으로 옮아 가 버려
왜 잊고만 살아가고 있을까

그때의 그 기억을 되살려
털끝만큼 남아 있는
말라버린 몸짓으로
이 어두운 늪을
건너가려합니다


내가 살아 있는 동안에..... 



= by / Raden =